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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임 업계의 회의감
    [GameDevTalk] 2021. 5. 5. 00:07

    저는 10년 차 게임 기획자입니다.

    업계에 처음 왔을 때는 정말 초롱초롱하고 열정이 가득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게임 산업에 대한 부정적 생각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저는 현재 라이브 서비스 게임을 담당하고 있는데, 라이브는 패치라는 마감을 지키기 위해 쉬지 않고 달려야 합니다.

    보통 한 달 주기로 업데이트를 하는데 유저들의 콘텐츠 수명에 따라 한 달 이하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제 직업이 천성에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평가도 좋게 받았고 무엇보다도 일하는 게 너무 재미있고 제 손길이 닿은 콘텐츠를 유저 여러분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저는 최신 트렌드와 각종 학술정보에도 관심이 많았고 오랜 기간 업계의 흐름과 양상을 보았더니 게임이란 것이 단순 유희 활동이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기업은 돈을 벌어야 하고 유저들은 좋은 가격에 재미있는 게임을 원합니다.

    기업이 하나의 게임을 팔아서 돈을 버는 방식은 과거에 비해 리스크가 많아졌습니다.

    제작 비용의 증가와 게임 시장의 변화 때문입니다.

    비디오 게임의 주력 비즈니스 모델인 스탠드 언론 콘텐츠 판매와 DLC 추가 판매라는 방식을 새롭게 제시하고 있으나 이는 한계가 있는 방식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스탠드 얼론 게임을 하나 만드는 데에는 3년에서 길게는 7년 8년이 걸립니다. 소규모 개발사의 경우 더 적은 인력으로 만들게 되고 그들의 게임은 더 저렴한 가격이 아니면 경쟁력이 없습니다.

    인기가 많고 쟁쟁한 개발사들도 타이틀이 미끄러지면 타격이 큽니다. 단지 회사의 규모가 크면 그 타격을 좀 더 견딜 수 있다는 것이 다른 점입니다. 

    그렇다면 인디 게임은 어떨까요? 그나마 사정이 나은 게임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재미로 보는 천수의 사쿠나 히메 수익 알아보기

    천수의 사쿠나 히메는 이번에 국내 3만 장을 판매했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면 개발사는 얼마나 수익을 벌었을까요?
    이 게임 타이틀 하나의 수익을 대략 한 번 계산 해보겠습니다.

    기사를 찾아보니 글로벌 85만 장이나 팔았습니다!

    국내 가격은 54,800원, 모든 국가의 환율과 유통 가격을 따져보기는 어려우므로 단순 원화 가격으로 계산을 해봅니다.

    그럼 기본 타이틀의 제작 및 유통 마진 그리고 플랫폼의 라이선스 수수료(약 10%~30%)를 제외합니다. 보통 30% 정도를 순이익으로 보는데 차이가 있을 수 있겠습니다.

    그러면 하나의 타이틀이 판매될 때 16440원 정도의 수익이 있겠네요

    85만 장이면? 무려 139억 7400만 원을 벌었습니다! 대단합니다!

    하지만 퍼블리싱 회사에 이익을 나눠야 합니다. 퍼블리셔의 파워에 따라 가져가는 비용이 좀 다른데 이 게임은 국가별로 세 군데의 퍼블리셔와 계약을 했네요?

    기타 홍보 마케팅 비용도 퍼블리셔에서 부담하게 되는데 이렇게 퍼블리셔가 돈을 많이 쓰기 때문에 수익도 많이 떼어 갑니다. 쌔면 절반도 떼어 갑니다.

    보통 30%~50% 떼가니까 그 정도로 잡아보겠습니다.

    70~98억 정도의 수익이 남습니다! 약 5년 동안 개발하였기 때문에 5로 나눠보면 연 매출이 약14~18억입니다.

    하지만 개발비용이 아직 남았습니다. 개발비용도 대강 계산해 보겠습니다.

    인디 게임사답게 일당백 시스템이네요. 인디 개발사 답게 직원 수가 몇명 되지 않습니다!

    개발 기간은 5년입니다.

    자체 인건비

    이제 크레딧을 보면서 추측해봅니다.

    • 디렉터, 리드 아트, 작곡가(외주) 
    • 성우 크레딧이 나오네요. 외주업체를 통해 스카웃하고 녹음 작업도 합니다. 보통 명당 한 시간에 60~100만 원 정도
      대략 천만원 정도 잡겠습니다.
    • NAL - 디렉터 겸 개발 참여
    • KOICHI
    • KIR
    • Tomy
    • 프로그래머 2명

    개발팀은 약 6명입니다. 표준 임금 5천만 원이라고 치고 5년이면 인건비가 15억 정도 될 거 같습니다.

    라그나로크 엔진을 사용했다고 하는데 라이선스 비용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외주 비용

    A-NEST란 회사에 그래픽 외주를 준 것 같네요. 외주는 맨데이 약 20만 원 정도의 비용을 측정합니다.
    (국내 기준이며 작업자의 실력과 외주사의 명성에 따라 다릅니다)

    외주 참가 인원이 대략 20명 정도 됩니다. 1일 비용 약400만원 정도

    초기 프로토타입 이후 리소스 제작에만 외주를 썼다고 치면 최소 1년 정도는 작업했을 거 같습니다.
    여기에서 QA도 6명 사용하셨네요.

    리소스 외주 비용만 2억 정도 될 거 같네요. 약 2억!

    사운드도 외주입니다.

    스튜디오 사용료와 작업 비용 고려하는데 외국이라 쉽게 잡기 어렵네요 널찍하게 천만 원 잡아 봅니다.

    영어 더빙입니다. 역시 외주 맡겨야 합니다. 대강 외주업체가 캐스팅하고 다 하니까 역시 천만 원 정도 측정합니다.

    번역과 로컬라이징 작업도 외주인데 이 부분은 퍼블리셔에서 부담하기도 합니다.

    대략적인 인건비와 외주, 기타 사무실 임대료 부대 비용을 애매하지만 다 합쳐 20억 정도라고 해보면 연간 4억 정도의 개발비용을 썼네요. 만세 흑자다~!

    인디 게임이라도 사쿠나 히메 정도 되는 타이틀이 나와야 회사가 돌아갑니다. 그나마 이 게임은 풀프라이스를 받았기에 이정도의 퀄리티를 낼 수 있었습니다. 최근 출시되었던 국내 인디 게임들의 실적은 어떨까요?

    결과

    소프트웨어 개발은 원자재가 없는 직종이라 마진율이 높은 편입니다. 사쿠나히메로 인해 해당 개발사는 연 매출 10~14억을 달성했습니다.

    문제는 다음 작품이 나올 때까지 이 돈으로 버텨야 합니다. 게임의 경우 지속적인 판매량이 있지만 초기 판매량에서 급격하게 떨어지는 문제가 있습니다. 게임을 보통 하나만 구입하기 때문입니다.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우리는 최근 인기 개발사들의 게임에서 실망을 많이 느꼈습니다. 라스트 오브 어스2, 사이버 펑크와 같은 게임에서도 그랬습니다.

    그들의 다음 신작은 팬덤의 실망감이 반영되겠죠? 과연 이번과 비슷한 판매량을 보장할까요?

    그리고 모든 회사들이 항상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게임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요?

    지금뿐만이 아닙니다. 과거 우리의 추억을 가지고 있던 게임들을 만들었던 회사 중 현재까지 살아남은 회사는 얼마나 있을까요?

    게임이 성공한다는 것은 기본기도 충실해야 하지만 운도 필요하고 다양한 환경 요인이 작용합니다.

    주목받지 못했던 어몽어스가 팬대믹이라는 상황에 다시 떠오를 수 있던 것처럼

    앞으로 발매될 게임들의 성공을 단정 지을 수 있을까요?

    저는 지금도 회사 이외에서도 여가를 이용해 게임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누군가 제가 만든 게임을 하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에 보람을 느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생존 즉 돈이 벌리지 못한다면 그게 보람과 즐거움을 계속 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업계를 떠난 김포프님의 영상이 항상 머리속에 있는데, 요즘은 정말 공감가는 얘기 입니다.

    게임이 더 이상 기술적 혁신이 없고 모멘텀이 보이지않아 이 업계를 떠난다는 말이 공감되고

    정체된 게임 업계의 모습이 왠지 성장이 멈춘 저를 보게 되는 거 같아 울적합니다.

    하루빨리 시장을 바꿀 새로운 플랫폼이나 기술이 나오면 달라질 거 같은데 그날이 언제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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